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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화성탐사 러시… 왜? - munhwa.com - 문화일보

지구와 가까워진 ‘골든타임’때 떠난 탐사선들, 5월까지 잇단 착륙
나사 “2030년대에 사람 보낼 것”… 中도 유인 화성탐사 준비 나서

美퍼시비어런스 지난달 착륙… 생명흔적 찾을 가능성 커져
물 흔적 · 대기중 산소… 화성, 태양계서 지구와 가장 비슷
1960년 舊소련부터 50차례 탐사 시도… 착륙 성공 40%뿐
식물 심고 정착지 건설 등‘테라포밍’까지 480년 소요 추정

과학저널 네이처는 올해 주요 화두로 ‘화성이 바빠진다(Mars gets busy)’를 꼽았다. 실제 화성은 2일 현재 세계 각국의 탐사선으로 분주하다. 지난해 여름 지구를 떠난 탐사선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지난 2월 18일 화성 지표면에 발을 디딘 미국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탐사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 퍼시비어런스(perseverence·인내)는 35억 년 전 강물이 만든 삼각주가 형성된 고대 호수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화성의 흙을 지구로 실어올 계획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중국의 첫 무인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화성 대기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5∼6월쯤 태양계 내 최대의 충돌분지로 평가되는 ‘유토피아 평원’에 착륙한다.

1. 왜 앞다퉈 화성탐사에 나섰나

화성은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가까이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지구와 같이 암석으로 이뤄졌다. 극미량의 산소가 포함된 대기도 있다. 수성·금성 등 극단적 환경의 행성들과 비교해 온화한 환경을 가진 덕에 예로부터 지상 탐사선을 통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뤄져 왔다. 흐르는 물의 존재가 확인된 후부터는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 외 행성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여겨지면서 인류 우주 개척사의 핵심 무대로 떠올랐다.

인류의 화성 개척은 냉전 시기 체제경쟁을 통해 처음 실현됐다. 당시 각자가 내세운 국가 체제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던 미국과 구소련이 앞다퉈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본격화됐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화성탐사선은 1960년 구소련이 발사했는데 화성 표면 관측에 처음 성공한 나라는 1965년 미국이었다. 그 이후 양국이 경쟁적으로 탐사선을 내보냈다. 때로는 화성 궤도에 안착시키면서 물과 질소 등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조건들이 속속 확인됐다. 화성의 지질과 화학구조, 대기 등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탐사선에서 지구로 전송되자 각국의 관심은 점점 커졌다. 현재까지 50기 넘는 우주선들이 쏘아 올려지면서 패권 경쟁의 또 다른 장이 됐다.

2.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한 이유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길은 항시 열려 있지 않다. 지구 바깥쪽에서 태양을 돌고 있는 화성의 공전 주기는 지구의 2배 정도인 687일로, 둘 간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이 26개월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지난해 7월 17일부터 8월 5일 사이에 바로 이 ‘골든타임’이 도래했다. 이 기간 소위 ‘발사의 창’이 열린 하늘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중국, 미국이 연이어 우주선을 올려보냈다. 궤도 진입까지를 목표로 한 UAE의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 지난달 9일 목표를 이뤘다. 미국의 퍼시비어런스는 같은 달 18일 표면 착륙에 성공한 후 화성의 모습을 담은 고화질 사진과 화성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보내왔다. 중국의 첫 무인 탐사선 톈원 1호는 이르면 5월쯤 표면 착륙을 시도한다.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9차례 화성 착륙에 성공하며 전통적 우주 탐사 강국으로 여겨져 왔던 미국 외에도 아랍 소국 UAE와 ‘우주 굴기’를 꾀하고 있는 중국까지 줄줄이 목표한 바를 이뤄 기념비적인 해가 됐다. 특히 약 35억 년 전 강물이 운반해 온 퇴적물로 삼각주가 형성된 고대 호수인 ‘예제로 크레이터’에 안착한 퍼시비어런스가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 탐사선 성공과 실패사례

현재까지 미국과 러시아(구소련), 유럽우주국(ESA), 인도, UAE, 중국이 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궤도선 3대(오디세이·MRO·메이븐)와 착륙선 1대(인사이트), 로버 2대(큐리오시티·퍼시비어런스)를 통해 탐사활동을 하고 있다. ESA는 화성 궤도선인 마스 익스프레스를 운용 중이며, 러시아와 공동으로 화성 궤도선인 엑소마스를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도는 지난 2014년 화성 궤도선 망갈리안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 7월 UAE의 탐사선 아말과 중국의 톈원 1호도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중국이 오는 5월 톈원 1호의 착륙선과 로버를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면서 3번째 나라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특히 중국이 이번 미션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를 동시에 운용하는 첫 기록을 쓰게 된다.

4. 공포의 7분으로 불리는 까닭은

1960년 구소련이 화성탐사선 마스닉 1호를 처음 띄운 이후 인류는 50여 차례 화성탐사를 시도했다. 안착에 성공한 사례는 20여 차례에 그친다. 40%만 착륙에 성공한 셈이다. 특히 탐사선이 화성 대기권에 진입해 하강, 착륙하는 것은 까다롭고 위험도가 높아 ‘공포의 7분’으로도 불린다. 가장 최근 화성 착륙에 실패한 사례로는 2016년 ESA의 착륙선 스키아파렐리가 있다. ESA가 화성 생명체 탐사를 위해 보낸 스키아파렐리는 공포의 7분을 극복하지 못하고 화성 표면으로 곤두박질쳐 폭발했다. 2003년 6월에는 영국이 제작한 화성 착륙선 비글 2호가 유럽 최초의 화성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에 실려 발사됐으나 착륙 직후 통신이 끊겼고 2004년 2월에는 아예 실종됐다. 나사도 1999년 9월, 11월에 화성 기후 탐사선과 화성 극지 착륙선을 연이어 보냈는데, 지상에서 조종을 실수해 모두 연락이 두절돼 화성탐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5. 로버의 능력과 수명은

이동형 탐사 로봇인 로버는 우주의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화성 표면에서 토양과 지질구조, 대기, 물에 대한 과학 조사를 진행한다. 현재까지 화성 착륙에 성공해 로버를 작동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나사는 큐리오시티, 퍼시비어런스를 운용 중이며 과거에는 소저너와 오퍼튜니티, 스피릿을 이용해 탐사활동을 했다. 소저너는 화성의 지질, 화학 조성, 대기 등 방대한 양의 정보를 지구로 전송했다. 쌍둥이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과거 화성에 습기가 많았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큐리오시티는 화성 지표 아래 물이 흐른 흔적과 질소를 발견했다. 나사의 로버들은 예상 수명보다 오래 활동했다. 나사는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제작할 때 수명을 90일, 이동 거리를 1000m로 목표를 설계했는데 스피릿은 만 5년여를 활동했고, 오퍼튜니티는 15년간 45㎞를 이동했다. 2012년 8월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예상 수명이 2년이었으나 9년 가까이 활동 중이다.

6. 화성엔 과연 생명체가 살았었나

인류는 첫 우주선인 바이킹 1, 2호 때부터 화성에 생명체가 살아 있을 가능성을 탐사했다. 현재까지 생명체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잡아내진 못했다. 화성에 물이 흐른 흔적이 있고, 현재도 지하에 다량의 얼음이나 호수가 발견되면서 생명체가 있거나 존재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과학자는 특히 생명체가 척박한 지표면 위보다는 물이 존재하고 수소 농도가 높은 지하에 존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지하를 투과할 수 있는 지면 침투 레이더인 RIMFAX 등이 탑재돼 있어 지하의 상태를 더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생명의 흔적을 찾아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나사의 실험 책임자 켄 윌리퍼드는 퍼시비어런스의 탐사에 대해 “화성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 탐사를 통해 생명체가 실제 그곳에 살았는지를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7. 유인 화성탐사는 언제쯤

지난 2018년 마이클 볼든 나사 국장은 오는 2030년대 중반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2024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또한 유인 화성탐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네덜란드의 화성 개발 벤처기업 마스원은 오는 2023년 화성 식민지 건설에 참여할 인력을 모집했는데 ‘귀환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는데도 무려 10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유인탐사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인탐사를 통해 화성 환경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며, 화성의 극한 환경을 견딜 인프라가 구축돼야 사람을 파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은 자기장이 약해 태양풍에 의해 대기가 쓸려나가 산소가 극미량 존재한다. 또한 적은 대기로 지구의 50배가 넘는 방사선이 표면에 쏟아지는데, 만약 인간이 화성에 3년 동안 체류할 경우 나사에서 우주비행사에게 허용한 방사능 양의 평생치를 초과하게 된다.

8. ‘테라포밍’은 실제 가능한가

‘지구’를 뜻하는 테라(Terra)와 ‘만들다’라는 뜻의 폼(Form)을 합성한 ‘테라포밍’은 새로운 행성의 환경을 지구와 비슷하게 바꿔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성에 대기를 조성하고, 물을 만들어낸 뒤 기온을 높여서 식물을 심거나 인조 미생물 등을 퍼뜨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화성은 테라포밍이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 등도 테라포밍을 예상했다. 나사가 지난 2012년 예측한 바에 따르면 화성 대기압을 높이는 데 90년, 빙하 등을 녹여 물을 얻는 데 120년, 행성 기온을 올리는 데 150년, 식물을 심고 퍼뜨리는 데 50년, 화성 정착지 건설에 70년 등 총 480년이 소요된다. 비용은 약 3조9000억 달러(약 4325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화성 외에도 금성이나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토성의 위성 타이탄, 엔켈라두스 등도 테라포밍 후보지로 거론된다.

9. 한국의 화성탐사 추진 상황은


한국은 아직 구체적인 화성탐사 계획이 없다. 가장 최근에 완성된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는 국내 최초의 우주탐사 프로젝트인 달 탐사만 규정하고 있다. 오는 2021년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이후 부품 수급이나 선행기술 확보 등의 착수 조건이 만족되면 2030년까지 달 착륙선 발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소행성 샘플귀환선 발사까지 도전할 계획이지만, 화성을 포함한 다른 행성에 대한 우주탐사는 좀 더 먼 훗날을 기약하는 미래 과제로 남아 있다.

10. K-우주시대를 위한 과제는

기본적으로 우주탐사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중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일관되고 연속적인 정책 수립과 정부의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 실패를 무릅쓸 수 있는 도전적 연구 환경과 과학적 정책 수립 문화가 바탕에 단단하게 자리 잡아야 더 먼 우주로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시적으로는 심(深)우주 항법과 대용량 추력기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심우주 항법 기술에는 항법 소프트웨어, 정밀 자세제어, 심우주 통신 등의 부수 연구성과 축적이 요구된다. 더불어 궤도 진입 시 속도를 줄이기 위한 대용량 추력기, 궤도조정용 정밀 추력 기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원자력(핵추진) 엔진의 성공 여부가 우주탐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성열·정유정·장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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